▒ ▒ ▒ ▒     具象 美術에의 招待     ▒ ▒ ▒ ▒    
(韓國現役作家10人의作品評論集)  


---신항섭(미술평론가)---P6

그가 모델의 묘사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기능은 완벽하게 될지 모르나 결코 인위를 떨쳐버릴 수는 없게 될 것이다. 그는 자연의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생명감의 현현을 확인코자 노력한다.
그것은 감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는 사물 및 대상을 이해할 때 항상 자연에 비쳐 봄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내부에 형성된 힘, 또는 기질에 생명감의 재현능력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적어도 그의 작품에서는 도무지 미혹의 그림자가 검출되지 않는다. 그 같은 결과는 그의 습작기가 얼마나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던가를 말해주고 있는 증표이다. 그는 작업의 최종단계에서 자신의 손끝으로부터 피어난 생명감의 실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각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부단한 감시를 통해 구도가적인 정려를ㄹ, 그리고 긴장을 몸에 붙였다.
무성의함에 길들여지면 나중에는 크게 잘못된 부분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나쁜 습관으로 남고,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한 기능은 조각을 망치고 만다고 사실을 체득했던 것이다.

 

그의 조각에는 적막이 숨쉰다. 어떠한 포즈에서도 균일하게 스며든 적막, 그것은 작품의 미적 가치를 부추기는 조각 자체의 힘이다.
육체란 어떤 동작을 통해서만 힘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육체 속에 담긴 힘은 생명의 끈에 닿아 있으므로 본래적인 가치이다. 따라서 인체족가에서 움직임을 주어야만 그 동세감에 의해 힘이 이끌려 외부로 표출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힘이란 오히려 안정된 육체 솔에 침전하며, 그 존재감을 외부로 발산한다. 어쩌면 석조각가란 육체의 내부 속에 침전한 힘의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의 작품 어떠한 포즈를 취하고 있든 간에 적막에 취해 있는 것은 힘의 실체를 내부로 간직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 힘을 중심으로 모든 동작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내부에 침전된 힘을 피부 곳곳에 가만가만히, 그러면서도 힘차게 밀어내고 있다. 복잡한 세부에서 단순화된 작품에 이르기까지 조각적인 힘은 변질 되지 않고 있다. 빛과 만나는 순간, 그 힘은 더욱 명확하게 읽혀진다. 세부를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에 붙인 완전한 대상에의 이해력은 조각적인 진실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심도, 즉 깊이가 느껴진다. 조각은 단순히 면, 또는 형태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통속화된 미적 요인만을 끄집어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시각에서 출발하면 작품의 진실을 투시할 수 없다.
작품 스스로가 간절하게 호고하고 있는 진실을 꿰뚫을 수 있는 눈과 마주칠 때 비로소 조각의 참다운 감상이 전개된다.
때로 작품적 진실은 완전한 형태를 빌어 그 형상의 맺음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만을 보려 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형태적 가치,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요구이긴 하나, 전적으로 거기에만 매달리면 끝내 진실은 비켜가고 만다.
그의 조각은 형태미에 대한 감상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미 들어서 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사실만이 아니라, 분명히 존재하되, 우리의 시각으로는 걸러지지 않는 바람과 같은 무형의 존재를 실제화 하는데 조각적 정념을 바친다. 그것은 마음의 눈을 손끝에 옮겨놓음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그의 조각에는 분명히 내적인 정경이 있다 비록 조각 속에 현상적 가치로 표현되지는 않을망정, 조각 자체를 감싸고 있는 자연의 모든 정경까지를 내부로서 간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거의 작품에서는 향긋한 과일과 꽃향기, 또는 바다 내음, 풀 냄새 등이 느껴진다.